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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비교/여성

면 생리대를 빨래하는 천연 흰 구운 소금 제품

by 원시 2019. 2. 17.



면 생리대에 대한 무서운 기억 - 2010.03.10 20:20



원시 조회 수 1693 -


 3월 8일 여성의 날 기념이 한국보다 하루 늦게 어제 여기서도 있었습니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4천명 오고 그랬는데, 지금은 10분의 1인 400명 겨우 온다고들 푸념 소리도 하고 그럽니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서유럽과 북미에서 여성해방운동이 많이 쇠잔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나름대로 여성차별이 해소되어 제도적으로 안착화된 탓도 있기 때문에, 평면적으로 평가하거나 한국과 단순히 비교해서는 안되겠습니다만.


 


당게시판에서, 낙태 논쟁, 피임 및 여성의 몸과 관련된 토론이 활발한데, 여성 노동자들의 몸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그랬으면 합니다. 그럴 여유가 많이 없어 보여서 아쉽긴 합니다.


 


요새 5+4 합의문, 선거연합, 민노당-진보신당 대표자 만남 등으로 어수선해 보이고, 또 다들 긴장의 눈초리들이 많고 지쳐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템포 쉬어가는 의미로다, 끌적여봅니다.


 


면 생리대에 대한 무서운 기억은 정확한 것은 아니고, 면 생리대를 빠는 “친환경 구운 소금”과 자칭 그 발명자 아줌마에 대한 무서운 기억입니다.


 


94년 초에,  <sbs환경탐사 그린맨을 찾아라> 를 만들 때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 생활 속에서 환경운동가를 취재하는 것인데요, 최근 제주도 산굼부리 허윤석 당원이 풍력발전기를 만들었잖아요? 이런 환경운동가를 탐사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출연자들은 대부분 꽤 오래된 전문직종 종사자들, 종교가, 피해자들 (농약 중독자 -> 일체 화학 비료나 농약 안쓰고 유기농으로 전환한 농부들 )이었습니다.   


 


당시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도 한창 성장할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녹색연합 회원들이랑 강화도에 가서 갯벌 탐사하고 취재한다고, 아이들이랑 갯벌에서 슬라이딩도 하고 잼있었습니다.  당시에 독일 녹색당에 대해서도 공부하게 되고, 녹색과 그린Green 이 “공해산업”이 될 것이다라는 농담도 하기도 하고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여자 목욕탕에서 우유, 날 계란, 야쿠르트, 요거트 등 물에 분해되기 힘든 ( 피부미용에 좋은 유제품)을 쓰지 말자는 “새마을 운동” 캠페인도 DJ 오미희씨 섭외해서 찍고…등등… (진보신당 당원들은 공중 목욕탕에서 우유나, 요거트 사용은 줄여야 하긴 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멋쟁이처럼 차려입은 한 아줌마가, “면 생리대 쓰기 운동 + 면 생리대를 빠는 친환경 구운 소금 제품”을 투명 유리병에 샘플이라고 하면서 가져오셨습니다. 사무실에서 그 아줌마로부터 “왜 이 흰 구운 소금 제품이 면 생리대를 빠는데 좋은가? 냄새 제거, 위생 으뜸, 생리통 예방 등등” 강연을 한창 들었습니다.


 


일단, 제가 접수를 받고, 연락처 이름을 받아 적고, 그 하얀 블라우스 아줌마에게 “연락을 드릴테니까, 기다리고 계시라” 해놓고, ……


 


당시 선배PD들이 있었는데,  서PD, 유PD (요새 뭐하나 궁금해서 인터넷을 봤더니, SBS스페셜 - '환경호르몬의 습격’ 인가 제작해서 올해의 다큐상도 받았더군요: : 이 유PD는 원래 영어교사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영어 입사시험 출제자였음.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미국 다큐멘타리였는데, 수력발전 댐이 환경을 어떻게 파괴하는가? 시험 볼 때도 충격이었는데, 댐이 좋은 게 아니네~ 솔직이 그 시험볼 때 처음 알았습니다.)


 


“ 그거 (하얀 구운 소금)그림 되냐?” 고 묻더군요.  


 


“면 생리대 쓰기 운동, 그리고 면 생리대 빨래하는데 쓰는 천연 흰 구운 소금제품 좋은 것 같은데요?”


 


“아니, 그니까, 그림이 나오냐고? 몇 분 나오겠어?”


 


TV 프로그램은, 신문이나, 라디오와 달리, “그림 (찍을 장면들이 중요하니까)”이 되냐 안되느냐가 아이템으로 선택되는 중요한 기준이니까,  아이템 회의를 하면, “그림이 되냐 마느냐”를 놓고 실랭이를 벌입니다.


 진짜 그린맨(우먼) 주제에 맞는데도, 찍을 그림이 잘 안나오면 후순위로 밀리거나 폐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게 tv 프로그램의 한계이기도 함)


 


여튼 이차저차, 그 면 생리대를 빨래하는 천연 흰 구운 소금 제품은 취재 후순위로 밀렸습니다. 그리고 저도 조금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느날, 그 하얀 블라우스 아줌마가 전화도 없이 사무실에 찾아왔습니다.


 


그러고는, “왜 나에게 연락을 준다고 해놓고서, 연락도 없었냐? 나를 무시하는 것이냐? 이 하얀 구운 소금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 니들이 아느냐?  이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데, 니들만 제대로 모른다. 그리고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


 


‘아줌마 제 말 좀 들어… 저도 면생리대 친-환경적이고 그 하얀 구운 소금 제품도 좋다고 …저기요…’ 할 틈도 새도 없었습니다.


 


목소리가 그렇게 쩌렁쩌렁 크신 분, 거기에다 그렇게 야단맞기는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사무실에서 10분 넘게 훈시하시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고, 몸싸움까지 불사할 태도로 나오셔서, 가만히 다 듣고 “ 너희들이 안 안알아주면 내가 갈 때가 없을 것 같아? “ 그러시면서 사무실을 나가더군요. 째려보는 게 무서워서 ㅜ.ㅜ


 


나중에 알고보니, 이 아줌마는, KBS, MBC, SBS 방송국에 “경품”을 타러, 저 면생리대 + 구운 소금 청정제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템들을 가지고 늘 저렇게 방송국들을 순회하는 유명한 분이었더군요. 어휴 정말 그것도 모르고, 머리통이 울리도록 야단을 맞은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합니다. 그래서, 면생리대, 면생리대 빠는 그 친-환경 공법으로 만든 구운 흰 소금, 이야기를 들으면 그 때 그 아줌마 생각이 납니다.  


 


카메라 렌즈가 권력이다 보니까, 참 그 권력을 이용하려는 다양한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경품이 뭔지, 출연료가 뭔지, 면생리대고 나발이고 그냥 야단을 하도 격하게 당해서 ㅜ.ㅜ


 


그래도 면생리대쓰기 운동은 계속 되어야겠고, 그 면 생리대 빠는 천연 제품들 개발은 지속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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