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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 문제점 (1) 임금은 소정근로가 기준이 아니라 노동력 사용과 재생산 비용이다

by 원시 2013. 12. 20.

임금에 대한 철학적 전제의 차이, 이것은 정치적 법적 차이를 낳는다. 

 

 

통상임금 대법원 토론회장에서 뒷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김기덕 노동변호사의 글 공유 및 토론주제  :  

 

 

우선 임금은 혹은 노동소득은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계급적 역학관계에 따라 결정된다는 테제를 여기서는 우선 고려하지 않고, 대법원의 '임금' 개념 정의의 특징과 한계를 찾아보자.

 

1. 이번 갑을오토-텍 노조원들의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된 것은 한국자본주의 태동 100년사에, 자본주의를 설명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초원리라고 할 수 있는 노동자, 노동력, 노동임금 (*우리가 받는 시급, 주급, 월급, 연봉, 보너스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안되어 있고, 법적 정의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법에 나와 있는데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다. 법에 아직 명시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아빠, 엄마 '월급이 뭐냐?' 그러면 답변이 없는 것이다. 

 

2. 월급, 연봉 등은 노동자 (직원, 교수, 카페 종업원, 판사 등 모든 직종) 한 개인의 '노동'의 결과를 팔아서 취득한 화폐 크기가 아니다. 이번 대법원의 '노동임금' 정의, 특히 연장근로의 기본단위 unit 가 된다는 '통상임금'의 정의 자체가 '노동' 투하와 관련되어 있고, 노동 투하의 결과로 만들어진 재화나 서비스의 판매 댓가라는 것을 그 철학적 전제로 깔고 있다.

 

 이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대법원이나 언론 등에서 마치 '임금'에 대한 개념 정의가 한 가지 방식이고, 그것을 이번 판결로 확정된 것처럼 과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어서이다. 

 

임금에 대한 또 다른 개념 정의 예를 들어보자.  노동자의 노동력 (labor power: 노동자가 유용한 재화나 서비스를 창출해내는 능력, 지적 신체적 능력)을 노동시장에서 사가지고 그 노동력을 소비하고 사용하고 명령하는 고용주 (자본가, 사장, 국가 대통령이든지, 구청장이든지, 카페 주인이건)가 그 노동력을 사용하고 또 오늘 이후 미래에도 다시 사용 (노동력의 재생산) 비용으로 지불하는 것을 '임금'이라고 부른다면, 

 

이렇게 정의한다면, 김장보조비, 여름휴가비, 체력단련비, 부양가족 숫자, 특별 공헌도에 근거한 수당, 다시말해서 이번 대법원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범주화시킨 내역들도 다 '임금' 개념에 해당한다. 

 

노동자의 노동력에 대한 댓가는 노동력의 재생산에 필요한 그 노동력을 생존, 유지, 재생시키는데 필요한 물질적, 문화적, 사회적인 비용과 연결되어 있다. 

 

다방 주인이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도 아닌데, 대법원이 산타 클로스도 아닌데, 교육부가 흥부 아부지도 아닌데, 삼성 이건희 황제가 산타 클로스도 아닌데, '김치 담그라고 김장 보조비'를 왜 주겠는가?  김치 많이 먹고 김치에 멸치 젓갈 팍팍 쳐서 겨울 나고 내년 3월까지 김치 가족들이랑 많이 먹고, 체력 보충해서, 다방에서 손님에게 활짝 웃고, 선거법 위반한 범죄자들 법대로 처리하고, 휴대전화기 많이 만들어 내라고 '김장 보조비'를 주는 것 아닌가?


대법원과 언론에서 자주 언급하는 '법리상' 논거도, 대법원 자체 판결의 역사를 보면, 아직까지도 '임금'에 대한 개념 규정, 통상임금 regular wage 에 대한 개념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임금을 주어진 노동과정에서 '노동의 댓가'라고 볼 것이냐? 아니면  한 노동력의 소비와 재생산 비용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임금'의 정의는 달라질 수 있다. 

 

 

 


(월급,연봉 등 임금량의 크기 증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지난 10년간 명목 가계 소득은 25% 증가했지만, 실질 소득의 경우는 10% 감소할 수도 있다. 총소득 중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중요한 변수이기도 하다

 

 

 

(통상임금은 보통 1시간당 얼마=시급으로 환산되는 모든 노동력의 비용을 의미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법은 그 의미를 애매하고 모호하게 만들어 놓고 있다. 그 근본적인 원인에는 이 시급 크기가 적고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는 자본축적 방식에 있다.) 

 

점심값은 노동의 댓가인가? 노동력 재생산, 사용의 댓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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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글: 김기덕 변호사 페이스북 



 

(한국 노동법상 역사적인 공개 토론회가 대법원 주최로, 2013년 9월 5일 열렸다. 노동자측 대리 변호인 김기덕. ) 

 
(12월 20일 페이스북: 김기덕 )
 
 
선고가 있은지 3일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나는 통상임금 대법원전원합의체판결 선고의 날이다. 
 
날이 가면 갈수록 그날에서 멀어져가지 않고 판결 선고일에 멈춰있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통상임금이 무엇인지 그 개념요소들, 소정근로의 대가,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의 의미를 분명히 정리하고자 했다. 
그래야 통상임금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할 수가 있을테니. 
 
그런데 대법원은 그 개념요소를 더듬다 만지게 된 그 개념의 파편으로 그 개념을 정의하고 통상임금이라 선언해버렸다. 
 
이번 판결은 정기상여금을 포함해주고, 복리후생명목 임금을 제외시켰다. 
 
지급일 등 특정시점에 재직중인 자에게만 지급해온 휴가비, 명절선물비, 김장비 등은 그 시점까지 재직할지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사이 퇴직하는 자에게 일할계산해서 지급하지 않으면 소정근로의 대가 임금이 아니고 소정근로외 추가 조건 성취를 조건으로 지급하는 임금이라서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소정근로의 대가 임금을 근로일에 비례해서 지급하는 임금에 한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무슨 소정근로의 대가 임금이 근로일에 비례한 임금만이란 말인가. 
 
소정근로는 일단위만이 아니고 일, 주, 월, 연 등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소정근로는 법정근로내에서 당사자간에 근로하기로 정한 근로(시간)이다. 
 
그리고 그 소정근로를 모두 하는 경우에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말고도 그 소정근로의 일부를 하는 경우에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도 소정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이고 통상임금이다. 
 
그러니 일, 주, 월, 연의 소정근로를 다하지 않아도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은 소정근로 대가 임금인 것이고 통상임금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시기까지 근무해서 실제로 그것을 지급받았는지는 통상임금 여부를 좌우하지 않는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일의 소정근로에 대하여 지급하는 임금으로 통상임금을 파악하고 말았다. 어처구니없는 오류를 저지르고 말았다.
 
통상임금, 임금, 근로시간, 소정근로시간 등에 관한 노동법 이해가 부족해서 정말 치명적인 오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동안 준비서면과 공개변론에서 이걸 말했건만 내가 사족으로 덧붙인 말, 소정근로를 다하면 지급하고 그 소정근로를 다하지 않은 경우에도 그 근로일, 근로시간에 비례해서 감액하여 지급하면 그것도 일, 시로 파악된 소정근로에 대해 지급하는 임금이라고 했던 말만 받아서 그걸로 소정근로의 대가니 고정성이니 통상임금을 정의해서 통상임금 전체를 규정짓고 말았다. 
 
이런 대법원을 두고서 굳이 소정근로만 파악하고 총근로를 누락하는 오류를 저지른 것이라고 비난할 일도 아니다.
 
정말 통상임금 개념에 관한 이같은 대법원의 오류는 너무 한심해서 분노마저 치민다.
 
 이런 대법원을 두고 내가 이번 기회에 통상임금 법리를 판례로 세워내보겠다고 달려들었던 내가 바보였던 거라고 대법정에서 대법원장이 하는 판결 선고를 들으며 들었다. 
 
지급일 등 특정시점에 재직중인 자에게만 지급해온 휴가비, 명절선물비, 김장비 등은 그 해에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이고 연의 소정근로를 다하지 않아도 지급하기로 한 임금이다. 
 
소정근로를 하면 당연히 지급하는 임금이다. 
 
여러차례 말했지만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법적 권리가 이 모양인 거는 결국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을 해석 집행해온 법원에 책임이 있다. 
 
단지 법원의 판결에도 못미치는 노동부 예규 행정해석으로 인해서 법원이 노동자권리의 수호자인 것처럼 그 동안 통상임금사건 판결에서 보였을 뿐이다.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을 포함된다고 해준 걸 망각한 비난이라고 비난할 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리 비난하더라도 나는 이번 판결에 대한 내 비난을 조금도 철회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그러면 그럴수록 판결을 더 떠올리게 되고 비난의 대상과 강도가 높아만 간다. 
그리고 나도 신의칙으로 한마디하겠다. 
 
그 동안 이십년 가까이 재직중인 자에게 지급해온, 이른바 복리후생명목 임금을 통상임금이라고 반복해서 판결해온 대법원에 따라 보장되고 그리 알아온 노동자의 신뢰를 침해한 데에 대해서 대법원은 어떤 신의칙위배의 책임을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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