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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2009

노무현 전 대통령 , 부엉이 바위와 경호원

by 원시 2019. 10. 30.

2009.06.04 19:16

원시                   조회 수 1039 댓글 6?


1.마치 슬픈 축포들 같습니다. 멀리 산 탓도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죽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뭔가 불만어린 말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권과 검찰에게 "해도 해도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말할 것 같은데, 그가 없다는 게 말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이후, 추모기간 내내 어떤 비통함과 안타까움은 있었지만, 눈물은 차마 흘러내리지 못했습니다. 정치적 논평글을 쓰거나, 합리적 토론을 한다는 것도 그렇게 썩 내키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5년 국정정책들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도 이해가고, 또 노무현의 자살에 대해서 슬픔을 토해내고, 이명박 정권과 검찰에 분노의 화살을 돌리는 것도 수긍이 갑니다.


추모기간 내에 노무현 비판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은 이해가지만, "예의없는 좌파" "냉혈인간 좌파" 등의 표현은 또 하나의 감정적인 언어 폭력입니다. 진보정당 당원 정도되면 어느 누구도 노무현의 죽음이 고소하다, 시원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래 글은 정치적으로 쓴 것이지만, 아직도 전 "노무현은 죽지 않는다"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이유든, 정치적인 경험에서였건, 2002년 노풍이 불던 그 때에도, 광주 사람들이 노무현과 같이 희로애락을 나누던 그 때에도, 노무현 정치노선을 경계하고, 노무현 만세삼창을 비판해왔습니다.


추모 기간 내내 진보신당 게시판에서 벌어진 "노무현 추모와 애도의 물결, 재평가" 대 "정치인 노무현과 정부의 반-노동자/농민/도시빈민 정책에 대한 평가", 이런 논쟁과 대립처럼, 2002년에도 똑같은 논쟁들과 "키보드 자판들이 날아다니는" 격한 싸움들이 운동권 내부에서 있었습니다. 그게 과거의 일만은 아니고, 아니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2.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호원 "이 모씨" 이야기입니다. 글의 제목처럼 "나라도 대통령과 같이 부엉이 바위 아래로 뛰어내렸을 것입니다." 위 사진은 경호원 이씨가 노무현 자살 당일 사고, 현장검증을 하다가, 오열하면서 울고 있는 것입니다. 


이모씨가 지금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합니다. 전 경호원 이씨의 마음이 와닿습니다. 경호원 이씨의 주저앉은 모습이 참 슬픕니다. 물론 "담배 있냐?"는 말은 잘못된 진술이었지만, 정말 내가 경호원 이씨였고, 바로 옆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바위 아래로 뛰어내렸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 


반사적으로 같이 뛰어내렸을까? 아니면 찰나,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한 찰나 고민을 했을까? 한 인간에게 너무나 가혹한 그 찰나의 시간이다. 사람들은 강도야 다르지만, 늘 죽느냐 사느냐 이 찰나의 선택의 경계에 있다. 그 알면서도 묵묵히 받아들이는 사람들 (광주 항쟁시, 도청에 남아서 죽은 분들)이 있고, 못받아들이고 나중에 평생 괴로워 하면서 사는 사람들도 있다. 


대통령을 놓쳐버린 경호원 이씨, 경호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져 버렸다. 더군나다 검찰 조사를 받느라 서울까지 압송당하고 내려온 노무현 대통령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200-300 m 떨어져 혼자 있게 한 것 자체가 문제였으니까. 경호원 이씨는 정치가 노무현을 몰랐던 것 같다. 


경호원의 운명, 적들의 총이 날아들때, 맨몸을 던져야 하고, 대통령이 바위 밑으로 떨어지면, 같이 떨어져야 하는 운명, 그 운명을 수행하지 못해서, 평생을 자책하고 살 저 경호원 이씨의 마음이 오늘 새벽에 참 와닿는다. 


나라면 어떠했을까? 만약 대통령의 경호원이었더라면, 옆에서 떨어지는 것을 봤다면, 찰나 고민하고 뛰어내렸을 것 같다.

 

3. 노무현의 자살과 "목매달골"


참여민주주의 공화국 대통령을 지낸 노무현이 동네 뒷산 바위 아래로 투신해서 자살했다. 어린시절, 할아버지 동네 뒷산 헬리콥터 정류장에서 야구하다가, 내려오다 보면, "목 매달골" 이라는 데가 있었다. 큰 소나무 가지가 마치 어깨 잘린 사람처럼 서 있었다. 동네 청년이 목매달아 자살한 소나무 가지를, 재수없다고 동네 어른들이 잘라 버린 흔적이다. 


특히 해가 질 무렵에 그 목매달골을 지나칠 때면, 정말 죽을 힘을 다해서, 당숙 삼촌들 뒤로 처지지 않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서 마을 밑으로 뛰어내렸다. 그 원한 서린 청년이 누가 내 어깨를 베어갔어? 그러면서 우리들을 쫓아오고, "목매달골"로 같이 가자고 할까 소름이 끼쳤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46년 생이다. 그 연배면, 아마 좌-우익 싸움이 아니었더라도, 저런 "목매달골" 이야기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동네 처녀들이 저수지나 우물에 몸을 던져 죽고, 소나무 가지에 목매달아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지닌 사람들 이야기. 한국 온 마을에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니까. 


"목매달골"에 자살한 청년의 사연은 무슨 정치적인 것도 아니고, 가족에게 버림받고, 사랑하는 여자에게 무시당해서 술먹고 자살했다. 동네 윗둑 저수지에 빠져죽은 처녀도 아버지가 교회 못다니게 한다고 몸을 던졌다. 


미국 민주당 전 대통령들, 지퍼 스캔들의 주인공 빌 클린턴은 자서전 내고 돈을 갈쿠리로 긁어모으고, 인기스타로 살아가고, 지미 카터 역시 아직도 북한 평양을 방문할 수 있는 민간사절단 대표주자로 꼽힐 정도이다. 


링컨도 좋아했다가 빌 클린턴도 좋아했던 전 노무현 대통령은, 왜 "목매달골 청년"처럼, "저수지 처녀"처럼 그렇게 자기 동네 뒷산 부엉이 바위 밑으로 몸을 던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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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6'

살아있는전설 2.00.00 00:00

돌아가신 부친을.내손으로..직접 염을 하여..묘를 썻지만......어찌 돌아 가셨는지...알지 못합니다.... 암투병으로..고통받을때...병간도 했지만 어찌 돌아 가셨다 라고..다른이에게.말은..하고 있으나 진실은..알지 못합니다.. 고통스러워하는..어른의 대동맥에 강력한 진통재를..의사가 주사 하는 것을 수없이 보았지만....왜? 어떻게? 돌아 가셨는지 모른답니다..... 그러나..나는..암투병을 하시다 돌아 가셨다고 말합니다.....하지만..나는 결코..왜? 돌아가셨는지..알지 못합니다... 수없이 찔러댄....진통재 주사바늘의 상처가 더 아파서인지...암세포가..더 아프게 해서인지..스스로..돌아가시려 하셨는지.. 주치의가 맘에 안드신건 아닌지................. 마지막 남은 의식 그리고.마지막.대화......"으..데... 간다꼬 ?" " 회사에 퍼뜩 댕겨 오겠습니다 아부지".....그것이...마지막이었 답니다... 마지막 대화가...왜? 돌아가시는 것입니까 ? 라고..묻고...대답 하셨다면.........정확하게 알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니.. 아니.. 당신이 직접 하신 말씀이기에...거짓이든 참이든.......다른이에게...떳떳하게 말할수 있을 것인데.....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댓글

원시 2.00.00 00:00

살아있는 전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저는 직접 못할 것 같습니다.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오늘 뉴스를 보다가, 경호원 이씨의 슬픔이 오히려 크게 나가옵니다. 권력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서.

 댓글

삼출이와 대치 2.00.00 00:00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80년대 중반이후 보아왔던 사람 .애증이교차되었던사람 정치적으로 우리들이 꼭극복해야만 했던사람 ...물론 애도는 했지만 추모는 못했습니다 ..헌데 몰래 눈물을 쫌 흘렸구요 ..맘도않 좋고 갑갑하더군요..사상적으로 으르렁되지만 꼭 친형이 죽은것 같더군요 ..물론 현실에서도 친형하고 사상적으로 달라 대화도 않하지만.............. 지금도 안타깝네요...

 댓글

원시 2.00.00 00:00

하대치님/ 노무현은 1946년 생입니다. 정치적 이념이 뭔지도 모르고 자기 인생 앞가림만 하기도 벅차게 살다가 30 대 중반이 넘어서 비로서 정치의 길에 입문한 분입니다. 46년생 되시는 대한민국 평균적인 정치의식을 고려했을 때, 그들의 삶의 양식을 생각한다면...노무현 개인 자체는 최선을 다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노무현을 떠받치는 빙산이 너무나 허약했으니까요.


 댓글


삼출이와 대치 2.00.00 00:00

원시형!! 전 인간 놈현보다 그의 정치적인맥들이 문제라고 결과적으로 생각되더군요 놈현은 정통 민주화적자가아니니 비슷한연배인 민청학련세대 유인태.이철 ,이해찬.그리고 386세대 희정이 .광재.황이수.백원우. 그라고 고향사람들 광주의일부인 정씨등 유시민이등. 전 이인간들이; 더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무슨말을하는지 아시겠지요?/


 댓글


삼출이와 대치 2.00.00 00:00

가게장사허면서 짬짬히 글을쓰니 두서두없구 그래요 이해하시고...집에가면 아그들이 커을 점령하고 ㅋㅋㅋ 댓글 별로 안다는데 원시형아한테특히 잘답니다 ..아!!설거지하러가야지 ㅋㅋ




2009.04.08 22:59

내가 아는 노무현은 죽지 않는다 


http://bit.ly/2MX2w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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