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회사원

검정색: 원시


1. 가혹한 진입장벽, 소선거구제-단순다수대표제 그리고 두베르제 법칙

 

87년 이후 역대 총선/대선을 보면, 결국 영호남에 각각 기반을 둔 한나라당(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과 민주당(민주당->신민당->통일민주당/평민당->새천년국민회의->민주당->열린우리당/민주당->민주당)으로 끊임없이 수렴하고 있습니다. 마치 미국의 민주-공화당체제처럼. 그 외 정당은 항상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거나 실제로 대부분 양당에 흡수되어 버렸습니다. 소선거구제-단순다수대표제 아래서는 정당구조가 양당체제로 수렴한다는 두베르제 법칙이 무섭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한때 기세를 떨쳤던 정치인(김종필, 정주영, 박찬종, 이인제 등)이나 정치세력들이 거의 모두 사라지거나 양당에 흡수되어 버렸습니다.

 

비례대표제나 결선투표제가 있다면 우리가 이런 고민도 않겠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소선거구제-단순다수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어 사표방지 심리에 의한 양당쏠림 현상이 정치-선거판에 작동하고 있습니다. 신진-군소 정치세력에겐 절벽과도 같은 가혹한 진입장벽이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이런 정치현실(제도)을 자연현상처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생존전략을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독자생존 후, 결정적 시점에서 캐스팅보트를 이용하여 비례대표제-결선투표제를 도입을 위해 필요하다면 한나라당과도 연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감나무 아래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보다 더 현실성이 없어 보입니다(회사원).


위 회사원 당원의 글은 당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어서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1) 회사원님은 한국정당을 영남과 호남이라는 지역에 기반을 둔 2개의 정당으로 수렴되고 있다고 하면서, 이게 두베르제의 법칙이 적용되는 사례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모리스 두베르제 (Maurice Duverger 1917- now)가 1954년에 쓴 <정치 정당들: 근대 국가에서 그조직과 활동>이라는 책에  " 2당 체계와 다당 체계 (The two-party system and the multiparty system)"에서, 모리스 두베르제가 2당 체계로 되는 요소들은 "지역"이 아니라, 계급 (class)과 종교 (보수적귀족들 지지)라는 요소이다. 


19세기에 리버럴 (Liberals) 등이 보수적인 귀족+기독교 정당에 대항해서 생겨나고, 그 이후에 다시 이 리버럴 정당들이 내적 분화를 겪게 된다. 주지하다시피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오면서 서구 유럽에서는 사회주의 정당이 이 리버럴과 경쟁하게 된다. 두베르제 역시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이러한 2당 경쟁체제에 기여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회사원이 한국에서 "지역"이라는 요소가 2당 체제 구축에 중요한 요소로 파악한 것은, 실제 모리스 두베르제가 유럽정당사들을 분석조사하면서, 계급, 종교 등을 중요한 요소로 분석한 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지역"이라는 요소는, 회사원이 예로 들고 있는 것과 반대로, 캐나다의 경우는 지역요소로 인해서 2당 체계로 되는 게 아니라, 다당제로 나아가고 있다. 


2) 모리스 두베르제가 "2당 체계와 다당 체계에서 요소들 Factors in a Two-party and multi-party system"에서 관심을 가진 것은, 선거체계( 3가지 사례들 [1] 단순다수표라고 번역된 "승자 독식" [2] 비례대표제 PR [3] 결선투표제 (a majority vote on two ballots)와 정당체계와의 상호관계이다. 


우선 하나 지적할 것은, 모리스 두베르제의 "법칙 (무슨 낙하법칙이나, 관성법칙, 보편적 인력 법칙 등)"이 자연과학 법칙인 것처럼 오해해서는 안된다. 사회과학에서는 법칙성 (lawlike-ness)는 자연과학에서 그것과 다르다. 마르크스의 이윤율저하 법칙도 마찬가지이다. 다들 반례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은 법칙이라는 용어보다는 "경향"을 많이 쓴다. 


모리스 두베르제도 이러한 3가지 사회학적 법칙들 (즉 선거체계와 정당체계와의 관계에 있어서)을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본인 자체가. 모리스 두베르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선거체계와 정당체계들 사이의 관계는 기계적이거나 자동적이지 않다. 채택된 선거체계가 반드시 어느 한 정당 체계 (3가지 중에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선거체계는 특정 유형의 정당체계의 방향성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선거체계는 일종의 힘이고, 이 힘은 다른 힘들 사이에서 작동하는 것이며, 그 힘들의 일부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그래서 또한 선거체계와 정당 체계들 사이 관계는 일방적인 현상이 아니다. (중략) "


3) 회사원이 예로 들고 있는 사례들은 두베르제가 말한 선거체계가 원인이 되고, 당의 소멸이 결과가 되는 것에 딱 들어맞는 게 아니다. , 


"정치인(김종필, 정주영, 박찬종, 이인제 등)이나 정치세력들이 거의 모두 사라지거나 양당에 흡수되어 버렸습니다. (회사원)" 


김종필, 정주영, 박찬종, 이인제 등은 모두 다 다른 사례들이다. 김종필의 정계은퇴나 자민련의 쇠퇴의 직접적인 원인들은 선거체계에서 오는 게 아니라, 그 리더쉽의 실종, 당 운영 방식들, 당 내부 갈등들 여러가지 원인들이 있는 것이다.


 모리스 두베르제가 [1] 사례 (승자독식: 투표용지 하나에 다수표라는 단순다수표) 에서 들고 있는 것은, 신당 출현 억제 효과, 또 약한 정당의 배제 가능성이긴 하다. 하지만, 한국의 정당 지형은 오히려 미국식 다당제보다는 캐나다 (자유당, 보수당, 퀘벡 지역당, 사회민주당 NDP, 녹색당 등) 다당제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회사원의 인식은 선거체계와 정당체계와의 관계에서 원인과 결과 사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라고 보기 힘들다. 한국정치현실에 대한 역사적 연구 사례에서도 그렇고, 현실 정당 존속방식들이라는 측면을 봐도 회사원의 "무서운 두베르제 법칙" 인용은, 자기의 정치적 주장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자의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4) 회사원의 이장규 주장 (비례대표제 도입이나 결선투표제 = 두베르제가 말한 3가지 사회학적 법칙들에서 두가지) 에 대한 비판: 회사원이 이장규 주장을  감나무 아래에서 홍시 떨어지는 것에 비유했다.  


그러나, 현재 진보정당이 한국에서 해야할 일은, 민주당(국참당)과 한나라당과 다른 정당에, 게임규칙들을 바꿀 것을 끊임없이 제기해야 한다. 모리스 두베르제가 선거체계와 정당체계의 관계에서 말한 3가지 사회학적 법칙들 중에서 (2) 비례대표제는 다당제를 형성할 가능성이 많고, 오히려 오래된 정당들을 유지시키는 기능들을 한다 (3) 결선투표제 역시 비례대표제 (PR) 와 비슷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 (2) 비례대표제 (3) 결선투표제를 한국 정당정치에, 정치개혁안으로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 국참당, 한나라당과의 정치협상에서 반드시 제기해야할 것들이 모리스 두베르제의 법칙 (2) 비례대표제 (3) 결선투표제인 것이다. 


그러나, 1954년에 모리스 두베르제가 쓴 책이고 연구이기 때문에, 현재 유럽정당들이나, 한국정치는 모리스 두베르제 연구나 그가 말한 3가지 사회학적 법칙들을 교조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