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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2 사람 몸에 대한 예의 -1년에 1회하는 신체검사, 1인당 30분 너무 짧다.

by 원시 2019. 1. 22.

2008.10.02 17:05

100원짜리 동전 쌍끌이로 따던 날

원시 조회 수 3016

날씨가 어느새 밤에는 쌀쌀해진다. 햇볕이 그립다. 그 날은 햇볕을 쬐면서 동전 던지기 게임을 했다. 신체검사 날이었다. 아침 6시에 기상하여 동네 목욕탕에 갔다. 출근해서 잠시 일하고 있으니, 10시 조금 넘어 봉고차가 회사에 도착했다.

 스패너 그라인더 다 냅두고 얼씨구하고 봉고차에 올랐다. 봉고는 XX병원으로 향했다. 이과장님이 같은 봉고에 탔는데, 내 맞은 편에 타셨다. 내 손을 보시면서 "원시야, 니 손은 되게 고아야~잉" 전라도 사투리로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내가 아무 말도 않고 있자 "너도 일은 조금 했다마는..." 무안하지 않게 덧 붙이였다. 베테랑 이과장님은 못다루는 기계가 없었다. 설계,선반,사상,해머질,그리고 청소 노하우까지. 25년 넘게 일하신 분이니까. 


병원에 도착, 일렬로 서서, 피 한번 뽑고, 내과 외과 안과 등 몇 군데를 돌았다. 근데 허탈하게도 30분 만에 다 끝났다. 한쪽 귀가 거의 안들리는 성환이 카드에는 양쪽 귀 모두 정상이라고 카드에 적혔다. "이런 넘의 신체검사 뭘라고 하는 거여" 한마디 던졌다. 


먼저 끝난 사람들은 병원 바깥에서 회사 사람들을 기다렸다. 12월인데 따스한 햇볕이 벽쪽으로 몰려들었다. 우반장님이 "놀면 뭐하노? 경기 한판 하자" 그래가지고, 판을 벌였다. 동전 던지기 게임이다. 

 

빨간 선에 서서 하늘색 원 안에 100원짜리 동전을 던져서, 원 중앙에 가까운 사람이 동전을 다 따먹는 게임이다. 


처음에는 대여섯명이 던졌다. 원시 승리. 호주머니에 동전을 넣었다. 대여섯판까지 계속 이겼다. 한 쪽 호주머니가 거의 다 100원짜리로 꽉찼다. 회사 사람들 이제 눈 뒤집어졌다. 송씨 아재, 주환이 형 다 달라붙고, 신체 검사 마치고 나온 분들까지 나를 이기기 위해서 빨란 선에 한번씩 서보다. 이 양반들이 게임에서 지니까, 1000원짜리, 500원짜리를 꺼내어 나에게 교환해가면서 게임을 하는 거였다. 


"이과장님, 제 손가락이 고운 이유가요, 리틀야구 시절 제가 캐쳐였거든요" 이 말을 해줄까 하다가 말았다. 암튼 이 사실을 모르는 순진한 회사 사람들이, 너도 나도 저 빨간 선에 서서, 원시 호주머니 양쪽 다 100원짜리 꽉꽉 찰 때까지, 100원짜리 던지기를 했다. 

거의 20번 던지기 게임을 한 것 같다. 결과는, 계속 원시 승리였다. 한번도 100원을 뺏기지 않았다. 던지는 나도 신기했다. 운수 대통한 날이었다. 그래도 개평 주라는 사람들이 없었다. 회사에 돌아와서, 점심 먹고, 야쿠르트, 박카스 매점에서 사서 돌렸다. 태어나서 그렇게 호주머니에 동전이 많이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요새 미국 투자은행(IB) 레만 브라더스 파산으로, 금융자본 위기, 파생상품 등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동전 던지기의 진화된 형태, 돈 던지고 돈 분화되고 돈이 새끼를 치고, 그 새끼가 또 손자/손녀를 낳는다. 물론 그 자본 회로(circuit)로 귀환하지 못하는 사태가 지금 위기이다. 

금융화비판이나 자본주의 모순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 회로 자체를 바꾸자고 하겠고, 제도적/기능주의적 접근을 하는 사람들은 자본 순환 회로에 낀 녹을 제거해서, 자본의 철마가 잘 달리도록 하자고 할 것이다. 

한쪽 시민들은 안전 대피소를 찾아서, 이제는 금덩어리 금괴 가격이 오르니까, 금에 돈을 투자한다. 물론 금덩어리 은괴, 또 지폐화폐 자체는 씹어먹을 수 없다. 


그날은, 100짜리를 양 호주머니에 가득 넣어서 걷기도 불편할 정도로 바지가 무거웠다. 하도 무거워서 어디다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회사 앞 매점에서 아이스크림, 야쿠르트, 박카스랑 "교환"해서 그 사용가치를 회사 사람들에게 다 공유했던 것이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일은 못해도, 놀기는 엄청 잘하는 사람들. 어디 동전 던지기 올림픽 대회 "읖냐?" 




[후기 노트]


내가 느낀 바는 그렇다. 1년에 1회하는 신체검사, 1인당 30분 너무 짧다. 번개불에 콩 구워먹기식이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 그리고 자본주의 원리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생활 가까이에 있다.


 육체노동을 하건 정신노동을 하건, 요새는 두개가 짬뽕되어 있지만... 사람의 몸에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적어도 신체검사는 1인당 반나절 (4시간)은 해야한다. 그게 우리가 바라는 사회주의 사회이고 진보의 가치가 실현된 사회 아닐까? 

 진보정당은 산업재해 사망문제부터, 이 신체와 관련된 문제에 보다 더 면밀한 사회조사가 필요하다. 그럴려면 사실 연구원이 있어야 하고, 아니면 회사에서 보고서를 작성할 당원들이 있어야 한다. 

통계청 자료만 가지고는 정치화시키는데 부족하니까. 국회의원 0석, 지방자치단체장 0석인게 참 못내 아쉽다. 연구원들조차 고용할 수 없으니까. 2010년 선거, 19개월 남았는데, 기초, 광역의회, 단체장 선거에서 우리 진보신당 후보가 당선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실, 현장에 대한 조사없이, 사실상 정치적 이슈를 선점할 수 없다. 문제해결능력이 있는 정당이 되는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파업후원 정당은 될 수 있지만. 사회적 대안의 세력이 된다는 것은 일상적인 남 안보는 그런 직장,가정,동네 공간에서 정치 이슈를 발견하고, 정치쟁점화시키는 능력을 갖추고, 문제해결법을 주민들과 같이 고민할 줄 아는 정치적 지혜를 갖춤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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