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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

싱가포르 모델의 공공주택 정책으로 전환해야 장 상 환(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장, 경제학) 2006.07.27

by 원시 2020. 12. 19.

싱가포르 모델의 공공주택 정책으로 전환해야

장 상 환(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장, 경제학) 2006.07.27


2006. 7. 27,진보정치연구소 홈페이지  


부동산 투기가 우리 경제와 사회를 위기에 내모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토

지와 주택은 투기적 이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의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해야 한다

.. 그러나 이 문제를 부동산세제 강화로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조세로

투기적 이익을 완전히 환수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뿐만 아니라 행정기술 상으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부동산 정책 대응이 소유 문제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 요컨대 토지와 주택을 기본적으로 공공부문이 소유하고 실수요자가 보유하거나

장기 임차하여 사용하는 체제가 갖추어져야 한다.


최근의 부동산 투기 심화에는 민간 주택건설업체들의 과도한 분양가 인상도 한 몫

 했다. 고급 자재를 쓴다는 명목으로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분양가를 훨씬 더 높

여서 기존 아파트 가격까지 올리는 행태를 보였다. 최근 포스코 건설은 주상복합

건물의 분양가를 평당 3450만원으로 책정했다가 여론이 나빠지고 지자체에서 인하

를 권고하자 평당 500만원을 내려서 100평 아파트의 분양가를 5억원이나 낮췄다.

이런 일은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경북 포항시는 7월 14일에 장성동 재건

축아파트의 분양가격이 한 달 전에 분양된 다른 아파트보다 평당 100만원이상 올

랐다며 분양승인 신청가격보다 68만원을 내릴 것을 권고했고, 시공 업체는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업체로서는 올린 근거가 분명하다면 수용하지 않았을 것이

고 시에서도 업체보고 손해보라고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주택공급의 주도권을 민간 업체에 맡겨두면 부당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

을 수가 없다. 분양가 원가연동제나 원가공개제도를 시행해도 건설업체들이 갖가

지 명목으로 원가가 올랐다고 억지를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의 주도권

을 공공부문이 가지고 있어야 민간 자본의 투기적 행위를 견제할 수 있다.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례는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정책이다. 싱가포르 주택

정책의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철저한 공공주택정책; 선저소득층

 후중산층의 소득계층별 주택공급정책, 주택개발청(Housing Development Board)과

 같은 법적 경제적 힘을 갖춘 주택전담기구에 의한 주거관련업무의 총괄; 체계적

인 주택금융제도의 구축 등이다(전정식, "싱가포르 주택정택의 정치경제학", [경

제와 사회] 16호, 1992).


싱가포르 주택은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누어진다. 첫째, 주택개발청 주택

(Housing Development Board flat)은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가장 보편적인 주거 형

태이다. 싱가포르는 국공유지를 67%까지 확대하면서 공공집단 아파트 위주로 주택

을 건설하여 전체 주택의 80% 이상이 공공주택으로 되어 있다. 전체 주택 건설물

량 중 매년 약 95% 정도를 공공부문에서 지원해주고 있으며 이를 주택개발청이 전

담하고 있다. 초기에는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고급 아파트 부문은 민간건

설부문에 맡겼으나 1973년 이후에는 그 부분도 공공부문으로 흡수하여 주택개발청

에서 담당하고 있다. 주택개발청은 수요자의 소득수준에 맞는 주택을 공급하고 언

제든지 소득수준이 상승하면 그 수준에 맞는 새로운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월평균소득 4,000 싱가포르달러 이하의 계층에 대해서는 임대주택을 제공

한다. 월평균소득 4000달러 이상이어야 방 세 이상 규모의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

다. 공공주택 구입자가 이사할 경우에는 주택개발청이 환매권을 가진다. 그러므로

 주택을 대상으로 한 투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공공주택 입주자는 주

택가격의 80%까지 주택개발청으로부터 최장 20년 기간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주택구입자는 부족한 재원조달과 주택개발청 대출금에 대한 원금, 이자 상환

을 위해 중앙준비기금(Central Provident Fund, CPF)으로부터 적립자금을 인출할

수 있다. 중앙준비기금은 1955년 7월에 설립된 노후생계보장제도이면서 동시에 주

택금융조달기구이다. 중앙준비기금은 법령에 따라 노동자와 고용주로부터 월급여

의 일정 비율을 강제로 징수하여 재원을 조달하고 근로자의 안정된 생활 보장을

위한 재산형성 역할을 한다. 주택을 분양받은 노동자는 바로 이 기구에서 자신이

그동안 조성한 자원을 주택구입과 대부상환금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둘째, 콘도(Condo)는 공공주택과 같이 아파트이나 시설이 고급이고 임대료가 더

비싼 편이며, 전체 주택 중 차지하는 비중은 약 7-8% 정도이다. 셋째, 5-10세대의

 연립주택 형태인 일반주택(Private Apt)은 공공주택 다음으로 보편적 주거형태로

서 전체 주택중 약 10-12% 정도를 차지한다. 싱가포르는 인구가 400만 명도 되지

않는 도시국가이고 국토가 좁아서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것이 아니냐, 한국은 사정

이 다르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국토 가운데 산림을 빼고 또 식

량안보를 위해 일정한 규모의 농경지를 보존해야 한다면 주택용지로 사용할 수 있

는 면적은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싱가포르는 주택이 모자랄 때 공공주택을 공급

하기 시작하여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는데 지금 한국은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고 민간주택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공공주택 중심으로 가는 것

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자가 보유율은 농촌지역을 제외하고 수도권 도시에서는 자가 보유율

이 아직 40-50% 정도로 낮다. 따라서 자가 보유에 대한 수요가 있는데 부유층들이

 다가구를 소유하면서 집값과 임대료를 올리는 상황이므로 공공주택을 확대 공급

하여 이러한 수요에 부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 민간건설업자가 건

설한 주택을 점차적으로 공공부문이 인수하여 서민 공공주택으로 전환할 수 있다

.. 또한 현재 한국의 주거 사정은 1인당 주거면적이 6.1평으로 선진국의 12평 내외

의 절반에 불과하여 주택의 질 개선의 요구가 높으므로 공공주택 확대를 통해 이

것을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한다.


공공주택 확충은 우선은 저소득층의 주거문제 해결에 주력하면서 중산층을 위한

주택도 공급해야 할 것이다. 2000년 인구주택 센서스에 의하면 전국 1천4백31만2

천가구 중 23.1%인 3백30만6천 가구가 최저 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

타났다. 이들을 위한 영구임대주택과 장기임대주택은 전체 주택재고의 2%에 불과

하여 선진국의 10-20%에 비해 매우 낮다. 국민임대주택은 입주대상자들의 경제생

활권과 유리된 물량중심의 공급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정부의 재정분담금도 낮

고, 일정기간 후 분양조건의 민간건설업체 공급 임대주택 비율이 높다. 따라서 진

정한 공공주택을 선진국 수준으로 크게 늘려서 이러한 무주택자들의 수요에 부응

해야 하는 것이다.


판교개발은 본격적인 공공주택 공급의 시작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공영개발을 한다

고 하면서도 택지를 민간에게 임대하여 민간건설업체가 주택을 지어서 분양하는

반쪽짜리 공영개발이 아니라 주택공사가 공공주택을 지어 환매조건으로 분양하거

나 임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재개발사업의 경우에도 공영개발을 통해

공공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주택공급가격은 자가 소유자의 경우 순건축비에서 할

인된 가격으로 공급하되 선매수권제도를 도입하고, 세입자에 대해서는 공공분양주

택의 우선 입주권을 부여하거나 장기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도록 해야 한다. 한편

민간 건설업체가 분양하는 주택의 경우에도 원가 공개, 무주택자에게만 분양허용

, 분양권 전매금지 등으로 부당한 가격 인상과 투기적 수요를 막아서 상당한 정도

로 공공성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공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데는 물론 대규모 공공자금이 필요하다. 이것은 현재

매년 20조원씩 증가하고 있고 2004년 현재 219조원에 달하는 연금기금의 일부분을

 공공주택채권을 발행하여 조달할 수 있다.


토지·주택시장의 주도권을 민간에 맡겨두는 한 부동산 투기는 언제 재발할지 모

른다. 투기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실거주자의 주택 보유, 공공주택 주도 등

진정한 토지·주택 공개념을 확립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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