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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비교/여성

손석희 뉴스룸, 안희정 도지사 성폭행 고발한 김지은씨 인터뷰를 보며

by 원시 2018. 3. 6.


--- 심리적인 전쟁터 


권력자의 범죄에 저항했으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해고의 위협을 느낀 김지은씨가 도망쳐 나왔고, 뉴스룸에 인터뷰를 시작했다.

성범죄에 무감각한 침묵의 카르텔이 충남 도청을 지배했다. 손석희 뉴스룸 인터뷰 내내 김지은씨 표정은 무슨 전쟁터에서 탈출한 전쟁 포로 같았다. 


자포자기한 듯한 얼굴, 아니 정신 넋나가버린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지옥 같은 전쟁터를 빠져나가 꼭 살아야겠다는 삶에 대한 의지는 물 바깥으로 내던져진 물고기마냥 퍼득퍼득 꿈틀댔다.  시청이 고역이었다. 김지은씨가 느꼈을 좌절감에 비통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김지은씨의 인터뷰 마지막 말은 머리에 맴돈다. “국민들이 저를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기가 용기를 낸 것은 다른 피해자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희정의 다른 피해자들도 있다는 것이었다. 


도지사가 그 수행비서를 동의없이 강간했다. 범죄다. 경찰이 범죄자를 잡아다가 벌을 줘야 하는 사건이다. 김지은씨가 얼마나 도지사라는 권력 앞에 벌벌 떨었으면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들이 저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했겠는가?


김지은씨는 인터뷰 도중에 안희정 도지사 이외에 다른 남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도 증언했다. 충남 도청 안에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김지은씨는 충격과 좌절감에 빠졌고,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안희정 도지사의 강간범죄를 고발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나만 해고당할 수 있겠구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년 실업 시대에 이 청년 수행비서 정무비서 김지은씨가 느꼈을 그 해고의 위협은 가해자가 말한 러시아 스위스 풍경의 아름다움과는 너무나 대조적이고 생뚱맞다.  


-삐뚤어진 동료 관계-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비서들과 맞담배를 피우면서 권위적 위계적 질서를 파괴했다고들 말한다. 안희정씨는 노무현의 최측근 동지였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인 김지은씨는 “네 의견을 말하지 말라. 네 생각을 말하지 말라”는 말을 안희정 지사로부터 들었다고 증언했다.


노무현 참여정부는 경제민주화에는 실패했고, 빈부격차는 더 커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치 문화, 적어도 언론자유와 수평적 정치문화 형성에는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김지은씨 인터뷰를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안희정 도지사의 그런 억압적 행태와 군부독재 잔재와 동일한 독선적 행태에 실망했을 것이다. 


맹자가 중국 고전을 인용해 말하길, 하늘이 내린 벌은 피할 수 있지만, 자기 스스로 만든 벌은 피하기 힘들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天作孼猶可違 천작얼 유가위,  自作孼 不可活 자작얼, 불가활)


국민들에게는 수평적 민주적 인간관계 그런 정치문화의 일상화야말로 ‘노무현 정신’이라고 강조해놓고, 정작에 노무현 정신의 정통 적자라고 하던 안희정은 억압적 고압적인 태도로 수행비서더러 “네 생각을 말하지 말라”고 강요했다. 정치적 동료가 아니라 ‘몸종’ 으로 격하시켰다. 자기모순이고 자멸적이다. 


---- 손석희 질문, “김지은씨는 어떻게 저항했는가?” 우리는 여성의 저항 행동과 언어의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 


김지은씨는 최대한 자기를 보호하고 방어했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읽었던가? 학교 폭력에 저항하는 방법은 폭력피해자가 학교 창문을 다 깨부수어 버리는 것이다. 왜 창문을 다 깨뜨렸냐고 물으면, 폭력을 당해서 홧병이 나서 나도 모르게 다 깼다고 말해라고 했다. 


김지은씨도 저항했다. 저항의 언어와 몸짓이 창문 깨뜨리기 방식과는 달랐을 뿐이다. 충남도청의 모든 유리창을 다 박살내지 않았다. 

김지은씨는 업무 중에 비서(秘書)로서 거절과 부정 “아니오”를 말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안희정 도지사가 성폭행을 저지르려고 했을 때, 김지은씨 행동은 ‘머뭇거렸고’, 김지은씨 저항언어는 ‘어렵다( 어려울 것 같아요)’ 였다. 


그런데 김지은씨는 스스로 이러한 저항 행동과 ‘아니오 NO ‘가 아닌 ‘어렵다, 즉 안희정 도지사가 섹스를 하자고 했을 때, 그런 명령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한 것은 최대한 방어와 거절이라고 말했다. 


김지은씨는  ‘거절, 즉 난 안희정 도지사님과 섹스를 할 수 없어요’라는 속 뜻을 ’“안희정 지시가 알아들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김지은씨는 안희정 도지사의 이성적인 판단력을 기대하고 믿었다. 현실은 안희정은 김지은의 ‘아니오 NO’를 ‘아니오’라고 전혀 해석하지 않았고, 한 여성의 몸에 폭행을 가했다.  


--- 시청자들을 충격으로 빠뜨린 이후 인터뷰 – 과대망상증 환자처럼 폭행을 저지른 도지사. 


미투 운동 (me too 나는 고발한다) 이 한창이던 2월 25일에 안희정 도지사가 김지은씨에게 미투 운동을 언급하면서 “미안하다. 상처를 줘서”라고 사과했다 한다. 그런데 그 날도 안희정 지사가 김지은씨를 또 성폭행했다고 한다. 

그래서 김지은씨가 충남 도청 (이곳)에서는 벗어날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jtbc 손석희 뉴스룸 인터뷰에 나올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손석희도 당황해 어쩔 줄 몰랐고, 말도 더듬 더듬거릴 정도였다.


김지은씨에게 충남 도청과 안희정 도지사의 강압적 성폭력은 심리적인 생지옥이었다.

김지은씨의 인터뷰는 무슨 전쟁포로가 탈출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 격통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시청자인 나에게도 충격인 것은, 성폭행을 당하고 난 이후 텔레그램 메시지들이었고, 그것보다는 김지은씨의 수동적인 태도가 더 충격이었고 슬펐다. 


2017년 러시아 스위스 출장 당시 김지은씨에 대한 성폭행 (rape)이 있었다. 안희정 도지사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 텔레그램 메시지에 “미안하다, 괘념치마라, 내가 부족했다. 잊어라, 다 잊어라. 그냥 아름다운 스위스와 러시아의 풍경만 기억해라”고 남겼다.

안희정 도지사가 도지사로서 명령한 것을, 김지은씨는 수행비서로서 공적인 업무와 전혀 상관없이 ‘폭행 당한 자기 몸’을 ‘잊어라고’ 명령한 그 도지사 말을 따랐다. 


김지은씨는 “없는 기억으로 살아가려고 다 도려내고 그렇게 지냈다”고 말했다.


한국에 ‘미투 (me too:나는 고발한다)’ 운동이 없었더라면, 피해자 김지은씨 일은 세상 바깥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성폭행 (강간)을 당했다는 것은 김지은씨가 일반 보통 다른 환자와 동일하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라는 것인데, 치료를 받지 못하게 ‘정신적으로 잊어라’고 강요한 안희정 도지사의 행태는 마치 자동차 사고를 당한 사람을 길거리에 방치해버리고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는 행위와 유사하다.


--- 공적인 것과 사적인 개인 감정이 전혀 구별되지 않았다. 


공적으로는 김지은씨가 안희정 도지사의 부하직원이라고 명명될 수도 있겠지만, 사적인 감정까지 완전히 장악할 수 없다. 조선시대 신분제 사회가 아니라, 우리는 영화 “1987”에 나온대로 독재타도 민주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야망있는 정치가 남자가 한 여자의 주관적인 감정까지도 권력으로 다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 


그런데 정치를 조금 아는 시청자들은 손석희가 던진 질문에 주목했을 것 같다.


24시간 같이 동행할 수도 있는데, 왜 안희정 도지사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를 수행비서로 임명했는가? 여자라고 이 일을 못할 것은 없다. 직업에서 여성차별이다. 그러나 직종마다 존재하는 관습을 깰 때에는 그만한 준비, 각오,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김지은씨는 공무원과 정치조직 체계상, “너 여기 가 있어”라고 하면, 그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자신감이 유비무환을 갖추지 못하면 무능한 오만함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김지은씨는 8개월 동안 안희정 충남도시사의 수행비서, 정무비서 (정치상 사무)를 맡아 일했다. 

안희정 도지사는 김지은씨에게 모든 명령을 절대 복종하고 따르라고 지시했고, 김지은씨는 안희정 ‘표정 하나 일그러진 것’까지 다 신경을 썼기 때문에, 김지은씨가 원치 않은 성관계까지도 거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과 사가 구별되었다면, 안희정 도지사와 김지은 수행비서는 협력자 (collaborator)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청와대 비서(秘書)들과 토론을 즐기며 “당신 생각은 뭐냐?”고 의견을 말해보라고 했다던 노무현식 민주적 대화법을 안희정 도지사가 그대로 따라 실천했다면, 콜라보의 길은 러시아 스위스 풍경처럼 아름다웠을 것이다.


전쟁터에서 탈출한 것 같은 김지은씨의 표정은 올해 한 해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도려낼 것은 도려내야 한다. 김지은씨가 이 환부를 ‘도려내고’ 당당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앞으로 펼쳐나가길 바란다.







김지은 수행비서는 안희정 도지사로부터 성폭행(강간)을 당한 이후에,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정신과 상담을 받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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