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2인 쪼개기에…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또 뒷걸음
등록 :2022-04-29 04:59
다당 구도 꺼릿 탓 암묵적 공조
2인 선거구 542곳 절반 웃돌아
선거구획정위 제출안보다 후퇴
6·1 지방선거에 적용될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이 28일 마무리됐다. 오랫동안 정치개혁의 상징처럼 논의돼온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전환은 이번에도 제한적 수준에 머물렀다. 기초의회를 양분해온 거대 양당이 군소정당의 의석 분점을 꺼려 자신들에게 유리한 ‘2인 선거구’를 최대한 지키는 방향으로 암묵적 공조에 나선 결과다. 2인 선거구는 여전히 전체 선거구의 절반을 웃돌았고, 충남·북, 전남·북 등에선 4년 전보다 2인 선거구를 오히려 늘리기까지 했다. 애초 중대선거구제에 부정적이었던 국민의힘은 물론, 다당제 전환을 위해 공직선거법까지 고치자고 했던 더불어민주당도 지방의회에서 기득권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겨레>가 17개 시·도의회에서 이날까지 처리된 ‘6·1 지방선거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안’을 종합해보니, 기초의원 2명을 한 선거구에서 뽑는 2인 선거구가 542곳(52.6%), 3∼5명을 뽑는 3인 이상 선거구가 488곳(47.4%)이었다. 이는 각 시·도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시·도의회에 제출한 선거구 획정안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애초 시·도의회에 제출된 획정위 안은 3인 이상 선거구가 510곳으로, 2인 선거구(498곳)보다 오히려 많았다.
선거구획정위가 제출한 획정안보다 2인 선거구를 크게 늘린 곳은 부산·대구·경기·충남·전남·경남 등이다. 부산시의회는 획정위 안에서 18곳이었던 2인 선거구를 39곳으로, 대구시의회는 6곳을 18곳으로 늘려놓았다. 충남 서산의 경우, 획정위 안에서 각각 1곳·2곳·1곳이었던 2인·3인·4인 선거구가 도의회 논의 과정에서 모조리 2인 선거구로 바뀌어버렸다. 신현웅 정의당 충남도당 위원장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지난 대선에선 다양한 민의를 수렴하기 위해 기초의원 선거구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선거구를 획정할 때가 되니 자기들에게 유리한 2인 선거구를 최대한 지키거나 오히려 늘리는 데 의기투합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2인 선거구를 2018년 지방선거 때보다 늘린 곳도 있다. 경기도의회는 4년 전 84곳이었던 2인 선거구를 87곳으로, 충청북도의회는 24곳이었던 2인 선거구를 27곳으로 늘렸다. 충남(26곳→31곳)·전북(36곳→38곳)·전남(37곳→38곳)도 2인 선거구를 4년 전 지방선거 때보다 늘렸다.
일부에선 지난 대선 기간에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전환을 대표적 정치개혁 공약으로 제시했던 민주당의 진정성에 물음표를 단다. 오랫동안 선거제 개혁운동을 펼쳐온 하승수 변호사는 “기초의원 선거구를 정하는 광역의회는 대구·경북을 제외하면 모두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의지만 있으면 선거법을 고치지 않고도 얼마든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선거구 획정을 이런 식으로 해놓았으니, 민주당에 개혁 의지가 있다고 믿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18일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앞에서 부산 시민단체가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영동 기자
정당별 입후보자 수의 제한 없이 3인 이상 선거구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다당제 실현’이라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진단도 나왔다.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은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더라도 거대 양당은 선출하는 기초의원 수만큼 후보자를 낼 수 있다. 5명을 뽑으면 5명 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 거대 양당의 입후보를 제한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초의원 선출 인원만 늘린다면, 예전처럼 거대 양당의 싹쓸이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4년 전 광주의 기초의원 선거 결과는 권 의원의 우려가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2018년 기초의원 선거 당시 광주의 3인 이상 선거구는 17곳이나 됐지만, 제3당 소속으로 당선된 이는 3명뿐이었다. 민주당 소속이거나 친민주당 성향인 무소속 후보들이 3~4인 선거구를 싹쓸이한 결과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을 3인 이상 뽑는 선거구 비율이 가장 높은 광역시도는 광주(20곳 중 19곳, 95.0%)였고, 이어 강원(84.6%), 대전(78.9%) 차례였다. 3인 이상 선거구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울산(26.3%)이었고, 경북(35.8%), 서울(36.4%)이 뒤를 이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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