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8.2022
경향신문 컬럼에 대한 안철수의 답변 "왜 제 철학이 없습니꽈? '융합'이 제 철학입니다. 뭐든지 다 녹여내는 솥단지 멜팅폿 melting pot입니다."
------ 경향신문의 어느 한 컬럼 ----
문제는 지금까지의 행보로 볼 때 안철수 후보에게도 정치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당이 보이지 않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정치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민주주의 정치에서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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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의 대선, 제3지대의 불씨는?
정병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입력 : 2022.01.10 03:00
최근 국민의힘을 보면 작란이나 콩가루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들에게서 국민이 절실함을 느낄 수 있을까. 권력욕 자체에 대한 절실함은 없어야 하겠지만, 정치 철학에 기반을 둔 정치적 목표 실현의 절실함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각자의 이권을 추구하며 옥신각신하는 이전투구라고밖에 할 수 없다. 국민의힘의 내분은 선거 강령이나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선거대책위원회의 자리다툼이나 태도를 둘러싼 싸움이다. 의원총회를 통해 다시 한팀을 선언했지만, 제대로 봉합되었는지도 의문이다.
국민의힘 내분의 반사이익으로 이재명 후보가 지지율 40%에 턱걸이했다고는 하나 아직 30% 박스권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재명 후보가 직접 인정했듯이 지지율 상승도 데드크로스 효과에 따른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국민의힘에 어울린다면, 사공이 많아야 배를 산으로도 끌고 갈 수 있다는 역설이 민주당에 어울린다. 한팀을 이루기 어려웠던 지도급 인사들이 응집해 선거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이재명호로는 올라가기 어려웠던 고지가 가능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호가 순항해 고지까지 점령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파고와 능선이 적지 않다. 대장동 사건 등 원죄처럼 새겨진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죄 여부를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지만 투명하다고 보는 국민도 많지 않다.
양당 정치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이 적지 않고 양대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예부터 비정(秕政)이라고 하는 못된 쭉정이 정치가 아닌가 우려스러울 정도다. 그럼에도 제3지대가 충분히 성장하거나 대안 정치가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 제3지대는 이대로 정체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희망의 불씨를 피울 것인가.
제3후보가 두 명이 넘는 상황에서 양대 후보 지지율이 70% 안팎이라면 그리 낮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머지 표들이 제3지대 후보들에게 온전히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층이나 기권층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권력 구조와 결선 투표 없는 다수제라는 제도의 철창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권자는 당선 가능성이 없는 후보를 선택하기보다 차악을 선택하는 양당제 프레임을 벗어나기 어렵다. 제도 개혁은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하며, 이번 대선에서도 이슈화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당장의 선거 국면에서 나타나는 행위자 측면도 경시할 수는 없다.
국민의힘 내분과 윤석열 후보의 실수로 가장 크게 이익을 본 후보는 안철수 후보로 보인다.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빠지는 만큼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선 가능성을 차치하고 안 후보에게 우리는 안심할 수 있을까. 안철수 후보 진영에는 오로지 안철수 후보만 있다. 정당 정치에 대한 환멸이 심해지는 현대 정치에서 인물이 부각되는 현상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행보로 볼 때 안철수 후보에게도 정치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당이 보이지 않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정치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민주주의 정치에서 심각한 문제다. 정치 철학에 바탕을 둔 정책을 통해 국민에게 약속하고 선출 후에는 그 정책과 공약에 따라 정치를 수행하는 것이 민주주의 정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책까지 인물에게 위임하는 방식이라면, 정치는 그 인물의 임의에 좌지우지되어 민주주의 원칙이 심각하게 타격받는다.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의 독자적 철학과 정책이 요구된다.
거꾸로 정의당은 인물보다 정당이 더 잘 보인다. 정의당은 이미 제3지대에 고정된 지 오래되었음에도 확장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심상정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선전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존재감이 약하다. 정의당과 심상정 후보의 문제는 정치 철학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인물 효과가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양대 정당은 의정 경험이 전무한 새로운 인물을 후보로 내세웠다. 그동안 국민이 겪은 여의도 정치에 대한 싫증을 보면,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와 달리 심상정 후보는 여의도 정치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인물이며, 게다가 잘못된 선거법 개정에서 주역을 맡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심상정 후보가 기성 정치의 대변자로 인식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비호감 선거 국면을 파고들 확실한 정책 제시에서 더 나아가 신선한 후보 이미지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대선은 총선과 다르다. 인물 홍보를 극대화해 후보가 새로운 정치를 담지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