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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비교/여성

여성노동, 세월만큼 굽은 허리, 펼 틈 없는 어머니, 희로애락

by 원시 2018. 9. 23.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여성의 노동력 때문에 내가, 우리가 이렇게 살아왔다. 


부끄러운 현실에, 또 나아가야 할 길을 분명히 깨닫다.


노동하는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정당하게 사회 정치적 시민권을 부여하는 날이 꼭 와야겠다.



[포토다큐]세월만큼 굽은 허리, 펼 틈 없는 어머니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추석을 앞둔 시골집의 어머니는 더 바빠진다. 자식·손주들과 조금이라도 더 명절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조금이라도 더 싸주려고, 조금이라도 더 농삿일을 미리 해놓기 위해서다. 전남 신안군 안좌도 오동리 마을 장연월씨의 마늘 심는 손길이 여느 때보다 분주하다. 자식들을 위한 삶으로 한없이 굽어진 등허리를 제대로 한 번 펴지 않고 따가운 가을햇살 아래 하루를 보낸다. /강윤중 기자

추석을 앞두고 전남 신안군 안좌도 오동리 마을을 찾았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낮은 산봉우리 사이에 자리 잡은 마을. 19가구 30명이 살고 있는 아담하고 평온한 동네다.

“여그 시골 추석은 자식들이 일손 도와줄라고 와요.” 김영근 이장(60)의 첫마디다. 바빠서 별다른 명절 분위기가 없다는 말이다.

흙을 덮은 검정 비닐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난 구멍으로 마늘을 밀어넣는다.  /강윤중 기자

흙을 덮은 검정 비닐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난 구멍으로 마늘을 밀어넣는다. /강윤중 기자

파란 가을하늘 아래 마늘을 심는 농민의 손길이 분주하다. /강윤중 기자

파란 가을하늘 아래 마늘을 심는 농민의 손길이 분주하다. /강윤중 기자

마늘 심는 오동리 마을 주민들. 추석 즈음은 농사일로 바쁘다. 품앗이를 하거나 일당을 받는다.  /강윤중 기자

마늘 심는 오동리 마을 주민들. 추석 즈음은 농사일로 바쁘다. 품앗이를 하거나 일당을 받는다. /강윤중 기자

이른 아침부터 이웃집 밭에서 마늘을 심던 주민들이 새참으로 짜장면을 먹고 있다. /강윤중 기자

이른 아침부터 이웃집 밭에서 마늘을 심던 주민들이 새참으로 짜장면을 먹고 있다. /강윤중 기자


섬마을의 하루는 일찍 시작된다. 오전 7시쯤이면 이미 마을은 텅 빈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밭에서는 밭주인 부부, 나이 지긋한 주민들이 마늘을 심고 있다.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 밭일은 오후까지 계속됐다. 허리와 팔다리를 두드릴 수밖에 없는 고된 일이다. “우린 늘 이것을 한께…. 처음 하는 사람은 겁나게 힘들어하제.” 박월단씨(74)가 검게 탄 얼굴로 웃었다. 

마늘은 오동리 마을의 주요 산물이다. 

깨와 녹두를 거둬들인 밭에 추석을 즈음해 파종한다. 김 이장의 말처럼 추석에 자식들이 일하는 줄 알고 오는 이유다. 이 마을도 여느 시골처럼 ‘일꾼’ 구하기가 힘들다. 서로 품앗이를 하거나, 품앗이가 아니라면 8만원의 일당을 준다.


김순례씨가 공공근로에 나서기 전 낫을 갈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도로가에 웃자란 풀을 베는 일이다. /강윤중 기자


김순례씨가 공공근로에 나서기 전 낫을 갈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도로가에 웃자란 풀을 베는 일이다. /강윤중 기자

배양례씨와 인순심씨가 공공근로에 나섰다. /강윤중 기자


배양례씨와 인순심씨가 공공근로에 나섰다. /강윤중 기자

공공근로에 나선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며 웃고 있다. /강윤중 기자

공공근로에 나선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며 웃고 있다. /강윤중 기자

비가 온다는 소식이 들렸다. 

마늘 파종을 미뤄야 한 주민들 몇몇은 낫과 도시락을 챙겨들고 공공근로에 나섰다. 명절을 앞두고 도로가에 웃자란 풀을 베는 일이다. “일당이 솔찬혀. 허허허.” 곧 보게 될 손주들에게 용돈이라도 쥐여줄 재미 때문인지 하나같이 환한 표정이다.

 아침 8시쯤 공공근로에 나선 주민들은 오후 5시쯤 돌아왔다. 그러곤 다시 밭으로 나갔다. 어둑해져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이옥순씨가 무와 배추 등을 심은 밭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란디 이리 돌아댕기면 좋아. 그랑게 하제. 애기들이 여그서 난 것을 좋아혀.” 자식들 만류에도 밭에 나오는 이유다. /강윤중 기자

이옥순씨가 무와 배추 등을 심은 밭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란디 이리 돌아댕기면 좋아. 그랑게 하제. 애기들이 여그서 난 것을 좋아혀.” 자식들 만류에도 밭에 나오는 이유다. /강윤중 기자


윤병수씨가 녹두밭에서 일을 하다 카메라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아내 유삼순씨와 8남매를 키워냈다.  /강윤중 기자

윤병수씨가 녹두밭에서 일을 하다 카메라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아내 유삼순씨와 8남매를 키워냈다. /강윤중 기자

이 땅의 연로한 ‘부모’들은 좀체 쉬지를 않았다. 이옥순씨(85)는 틈만 조금 있으면 호미를 들고 무, 배추, 깻잎 등을 심은 밭으로 나간다. “(자식들이야) 하지 말라고 날마다 전화오제. 

그란디 이리 돌아댕기면 좋아. 그랑게 하제. 애기들이 여그서 난 것을 좋아혀.”

 열여덟에 시집와 70년 가까이 흙을 만진 손. 거칠지만 잡초를 뽑아내는 손놀림은 몹시 빠르다. 녹두밭에서 만난 윤병수씨(84)는 “시골은 다 일하니께. 나이 묵으면 다 아파. 안 드러누운 이상은 일해야제”라고 말했다.

오동리 마을회관에서 박월단씨가 추석을 앞두고 머리염색을 하고 있다. 농삿일로 늘 바쁘게 지내는 박씨가 모처럼 염색을 하며 명절 기분을 내보는 것이다. 염색약을 발라주던 부녀회장 임선자씨가 “이뿌게 디려졌소”라고 하자 그을린 얼굴에 새하얀 웃음이 피어난다.  /강윤중 기자

오동리 마을회관에서 박월단씨가 추석을 앞두고 머리염색을 하고 있다. 농삿일로 늘 바쁘게 지내는 박씨가 모처럼 염색을 하며 명절 기분을 내보는 것이다. 염색약을 발라주던 부녀회장 임선자씨가 “이뿌게 디려졌소”라고 하자 그을린 얼굴에 새하얀 웃음이 피어난다. /강윤중 기자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명절맞이 머리염색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명절맞이 머리염색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명절을 앞두고 머리염색을 한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앉아 농사얘기, 자식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윤중 기자

명절을 앞두고 머리염색을 한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앉아 농사얘기, 자식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윤중 기자

저녁밥을 먹은 주민들이 하나둘 마을회관으로 모였다. 

마을부녀회장 임선자씨(57)가 명절맞이 머리염색 소집을 통보한 것이다. 임씨가 어르신들 머리에 염색약을 바르는 동안 농사얘기, 자식얘기가 두런두런 이어진다. 

“이뿌게 잘 디려졌소.” 임씨의 말에 배양례씨(70)가 받았다. “멋~져부러? 하하하.”


8남매를 키워낸 윤병수·유삼순(75)씨 부부에게 고향 찾을 자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뭐 있것어요. 조심히 안전하게 왔다 가라. 늘 그 말이제.”

전남 신안군 안좌도 오동리 마을 전경. /강윤중 기자

전남 신안군 안좌도 오동리 마을 전경. /강윤중 기자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9221542001&code=210100&sat_menu=A076#csidxbbcd869c19e831fa6a745efe831bb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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