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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작가 사진. 코로나로 쓰러진 조세희.

by 원시 2022. 12. 27.

 

언론 보도. 

 

시대의 그늘 비춘 언어의 등불…‘난쏘공’ 조세희 작가 별세
입력 2022.12.26 (21:30)


[앵커]

앞서 보신 반지하의 우리 이웃들에게 오늘(26일) 하루는 또 어땠을까요?

"다만 확실한 건 세상이 지금 상태로 가면 깜깜하다는 것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이른바 '난쏘공'으로 익숙한 소설 조세희 작가의 말입니다.

70년대 도시 빈민의 절망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읽히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소설 바깥의 모두가 마치 난장이처럼 자라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절망 대신 가슴에 철 기둥을 심고 나아가자던 조세희 선생이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통받는 약자들이 없는 세상을 꿈꿨던 고인의 문학적 발자취를 김석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달동네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던 한 가정에 청천벽력처럼 날아든 철거 계고장.

["8월 30일까지 자진 철거하래요."]

그렇게 서서히 상처받고 짓밟히는 다섯 식구의 삶은 지상에 있는 지옥이었습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질주하던 1970년대 후반.

음지에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비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우리 문단에 본격적으로 '불평등'이란 화두를 던진 선구적 작품입니다.

[우찬제/문학평론가·서강대 교수 : "평등과 불평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법으로 해결할 것인가, 교육으로 해결할 것인가, 사랑으로 해결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의식은 지금 MZ 세대들에 이르기까지 공유할 수 있는 문제의식이고요."]

1978년에 출간된 이후 영화로, 드라마로, 연극으로 만들어졌고, 40여 년 동안 꾸준히 읽히며 지금까지 320쇄, 148만 부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작가는 이렇게 오래도록 소설이 읽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조세희/소설가/2008년 육성 : "이렇게 읽힐 거라는 생각은 내가 해보지 못했어요. 근데 한국의 어떤 상황이 이걸 읽게 했는지..."]

그래서 생전에 글을 쓴 시간보다 쓰지 못한 시간이 더 많았던 작가.

많은 이의 기억 속에 남은 고인의 모습입니다.

[이광호/문학과지성사 대표 : "한국 문학의 아주 중요하고 핵심적인 자산이라고 선생님의 소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난장이'로 상징되는 사회적 약자들의 눈물이 없는, 그런 세상을 염원했던 조세희 작가.

빈소는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은 28일 오전 9시입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최하운 하정현/영상편집:고응용

 

정혜인
"'난쏘공' 읽히지 않는 세상 오길"‥조세희 작가 잠들다
입력 2022-12-26 20:37 |

 



앵커

도시 빈민들의 고달픈 삶을 그려낸 소설이죠.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이른바 '난쏘공'의 작가 조세희 씨가 향년 80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작가는 생전에 자신의 책이 더 이상 읽히지 않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아직까지 고인이 바라던 시대는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혜인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리포트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판자촌에서 쫓겨나게 된 난쟁이 가족의 절망적인 현실을 그린 이야기.

엄혹했던 70년대, '난쏘공'은 산업화로 고통받던 도시 빈민의 삶을 통해 한국 사회의 모순을 직시했습니다.

[고 조세희/작가 (2005년12월1일)]
"이 '난쏘공'은 벼랑 끝에 세운 위험 표시 팻말이다. 이것을 넘어가면 우리는 벼랑 끝으로 떨어진다는 생각이었어요."

'가장 아름다운 노동문학'이라 평가받는 이 작품의 누적 발행 부수는 148만 부.

출간 30주년을 맞았던 2008년, 조세희 작가는 '30년이 지나서도 이 책이 읽힐 줄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상태로 가면 세상은 깜깜하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그의 우려는 이듬해인 2009년 서울 용산의 강제 철거 현장에서 참사로 나타났습니다.

[고 조세희/작가(2009년1월21일)]
"미래는 좋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보시다시피 얼마나 충격적이고, 얼마나 미개한 일이 또 일어났습니까…"

펜을 놓고, 대신 집회 현장을 누비며 약자의 투쟁을 사진으로 기록하는데 매진했던 노 작가는 성탄절인 어제 저녁 향년 80세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조중협/고 조세희 작가 아들]
"코로나 걸리시면서 이제 의식 잃고 쓰러지셨거든요. 병상에 계시는 동안은 전혀 의식이 없으니까 (마지막) 말씀 못하셨고…"

'난장이'로 상징되는 도시 빈민의 모습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비정규직의 모습으로 환생했다고 말한 조세희 작가.

그는 떠났지만, "더 이상 난쏘공이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는 그의 간절한 소망은 이뤄지지 않은 채 '난쏘공'의 시대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MBC뉴스 정혜인입니다.

 

 

조세희 趙世熙 1942~2022

 





서울의 한 철거촌에서 철거반원들에게 맞선 주민들의 모습을 취재하러 갔다가 주민들의 실상을 접하고 잡지사 근방에 있는 문방구에서 볼펜 한 자루와 공책 한 권을 사서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이 책이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묵안리에서 태어났다.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와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돛대 없는 장선(葬船)〉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75년 《문학사상》에 〈칼날〉을 발표하였고, 1978년에 연작 소설 〈뫼비우스의 띠〉, 〈우주여행〉,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시〉 등을 모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완성하였다. 그는 이 작품으로 1979년 제13회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1983년에 《시간여행》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연작 중 〈칼날〉에 등장하는 ‘신애’를 주인공으로 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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